누구 없으세요 / 윤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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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8회 작성일 19-02-28 09:36본문
누구 없으세요
ㅡ 관음 ○ 20
윤석산
어려서부터 '모든 건 마음에서 비롯된다(一切唯心造)'는 성현들 말씀을 믿고 살았습니다. 가난한 농사꾼 팔남매 장남이 이만큼 산 것도 그 말씀을 주문처럼 외우며 살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사물이 있어 생각이 시작되고, 생각이 존재의 본질도 바꾼다는 서양 어떤 선생님 책을 읽은 뒤부터
이쁜 옷을 입은 여자는 이뻐 보이고, 마음도 착할 것 같아 자꾸 따라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누구 없으세요? 제 마음 믿고 살게 해줄 분. 평생 공부했다는 늙은이가 존재의 그늘을 못보다니 그걸 깨닫게 해주실 분이 있다면 제 영혼과 육신을 당신의 제단 위에 바치겠나이다.
ㅡ《시산맥》(2019, 봄호)
1946년 충남 공주 출생
국민대 국문과 및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72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아세아(亞細亞)의 풀꽃』 『벽 속의 산책(散策)』
『말(言)의 오두막집에서』 『다시 말의 오두막집 남쪽 언덕에서』
『존재하지 않는 존재에 의한 통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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