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草堂)두부가 오는 밤 / 문성해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초당(草堂)두부가 오는 밤 / 문성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14회 작성일 15-10-23 09:44

본문

초당(草堂)두부가 오는

 

문성해

 

 

옛날에는 생각도 못한 초당을 알아
서늘한 초당두부를 알아
동짓날 밤
선연한 선지를 썰 듯 썩둑썩둑 그것을 썰면
어느새 등 뒤로는
그 옛날 초당(草堂) 선생이 난을 칠 때면
뒷목을 서늘케 하며 일어서던 대숲이 서고
대숲을 흉흉히 돌아나가던 된바람이 서고
그럴 때면 나는 초당 선생이 밀지(密旨)를 들려 보낸 
이제 갓 생리 시작한 삼베속곳 일자무식의 여복(女卜)이 된다
 
때마침 개기월식하는 하늘 분위기로
가슴에 꼬깃꼬깃 품은 종잇장과
비린 열여섯 해를 바꿀 수도 있을 것 같고
저잣거리의 육두문자도 오늘 밤만큼은 들리지 않는다 하고
밤 종일 붙어 다니는 개새끼들에게도 한눈팔지 않고
다만 초당 선생 정지 간에서 저고리 가슴께가 노랗게 번진 유모가
밤마다 쑹덩쑹덩 썰어 먹던 그것 한 점만 우물거려봤으면
이 심부름 끝나면 내 그것 한 판만 얻어
뱃구레 홀쭉한 동생들과 실컷 먹으리라던
허리춤에 하늬바람 품은 듯 훨훨 재를 넘던 그 여복이
초당 선생 묵은 뒤란으로 죽어 돌아온 밤
 
그 앞에 서면 그 여복 생각에 선생도 목이 메였다는 그것을 나는
슬리퍼 찍찍 끌고 동네 마트에서 너무도 쉽게 공수 받아
이빨 빠진 할멈처럼 호물 호물 이리도 쉽게 먹는다는 생각에
그것이 오는 밤은
개짐**에 사타구니 쓸리는 줄 모르고 바삐 재를 넘던 그 여복처럼
목숨을 내놓지는 못할지언정
슴슴하고 먹먹한 시 한편은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라질 초당두부가 오는 밤이다
 

*허엽(許瞱)1517-1580, 조선 중기의 문신, 호는 초당(草堂)이며 허균, 허난설헌의 아버지, 청백리이며 문장가, 조광조 윤근수 구수담 허자 등의 무죄를 주장하다가 파직 당함, 허엽은 강릉의 바닷물로 간을 한 두부를 만들게 했는데 그의 호를 따서 초당두부라고 하였다. 

**삼베를 기저귀처럼 잘라서 사용하던 옛날의 여성 생리대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자라 』『 아주친근한 소용돌이』『입술을 건너간 이름』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63건 4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1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7 0 03-13
11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5 0 03-13
11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8 0 03-06
11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9 0 03-05
11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2 0 03-05
11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3 0 03-02
11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3 0 03-02
11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1 0 02-28
11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3 0 02-28
11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1 0 02-27
11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4 0 02-27
11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7 0 02-26
11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9 0 02-26
11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5 0 02-23
11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7 0 02-23
11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5 0 02-21
11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2 0 02-21
11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8 0 02-20
11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0 0 02-20
11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8 0 02-19
11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8 0 02-19
11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1 0 02-14
11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1 0 02-14
11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8 0 02-12
11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2 0 02-12
11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6 0 02-09
11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5 0 02-09
11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 0 02-07
11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3 0 02-07
11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6 0 02-05
11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2 0 02-05
11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0 0 02-02
11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7 0 02-02
11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7 0 01-31
11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9 0 01-31
11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1 0 01-30
11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4 0 01-30
11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7 0 01-29
11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0 0 01-26
11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1 0 01-26
11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0 0 01-25
11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61 0 01-25
11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0 0 01-23
11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4 0 01-23
11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2 0 01-22
11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0 0 01-22
11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9 0 01-19
11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9 0 01-19
11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2 0 01-18
11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3 0 01-1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