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 안도현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고모 / 안도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98회 작성일 19-03-07 09:48

본문

고모

 

   안도현

 

 

   안분례(安粉禮) 첫째 고모는 1915년 을묘생이다. 1942년 임오년에 돌아가셨다. 예천군 호명면 직산리 사는 고모부 김용암의 첫 부인이 다홍치마를 입고 돌아가신 후 재취로 들어갔다. 첫 아들 근식을 낳은 고모는 둘째를 낳고 화병으로 돌아가셨다 한다. 어느 날 보리방아를 찧는 중에 아이 울음소리가 나서 보니 개가 아들의 불알을 뜯어 먹어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고모부가 그 개를 두드려 패서 죽이니, 개가 아들의 불알을 토해냈고 고모는 그때 병을 얻어 앓다가 돌아가셨다. 동네 산 건너 장녀불이란 곳에서 기름을 부어 화장을 했는데 그 연기와 그을음이 동네에서 보였다고 한다. 내가 아주 어릴 적에 근식이 형님의 부인이 나를 도련님 하고 불렀는데, 나는 왠지 좋아서 얼굴도 모르는 고모를 만나는 것 같았다.

 

   둘째고모 안분선(安粉先)1918년 무오생이다. 호명면 담암리 고모부 장태규에게 시집을 가서 44녀를 얻었다. 우리는 담바우고모라 불렀다. 택호가 다마꼬 어마이라 했다 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고모부가 막노동 생활을 할 때 낳은 큰딸의 이름이 다마꼬였다. 해방 직전에 귀국한 고모부는 말을 크게 더듬고 술을 매우 좋아하였다. 가끔 처가에 올 때 족제비 틀을 가지고 와서 족제비를 잡았다고 한다. 족제비 털은 꼬리로 붓을 만들고 목도리를 만들기도 해서 고가에 팔렸다. 장남 순현이 형님이 경운기를 몰다가 경북선 열차와 부딪혀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이 되어 방에 드러누웠고 고모는 평생을 아들 병 바라지하고 농사를 짓다가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고모의 눈매는 우리 할머니를 빼닮았다.

 

   셋째고모 안분옥(安粉玉)1923년 계해생이다. 예천 상리 쪽 관대원 사는 고모부 김상태에게 시집을 갔다. 우리는 재달고모라 불렀는데 택호는 소망실댁이었다고 한다. 어릴 때 홍역을 앓았다고 하고 말을 할 때마다 눈가에 눈물이 잦았다. 고모부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예전엔 속옷 한 벌 제대로 없었으나 품성이 좋아 처가에 오시면 무슨 일이든 앞서 거들었다 한다. 슬하에 32녀가 있는데 대전에 사는 맏이 길수 형님의 얼굴에 우리 큰아버지와 아버지의 얼굴이 그대로 들어 있다.

 

   넷째고모 안금분(安今粉)1929년생 기사생이다. 우리는 논실고모라고 불렀는데 고모부 이두형의 첫 부인 택호를 이어받아 마을에서는 수곡댁이로 불렸다고 한다. 고모는 안동 풍산읍 하리 최씨 집안으로 처음 시집을 갔는데 신랑은 안동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6·25 전쟁이 터지자 신랑은 월북하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고모는 시댁에서 젊은 남편도 없이 3년 시집살이를 하였다. 결국 친정으로 돌아온 고모는 혼수로 가져갔던 무명이불과 옷가지들을 풀어서 할머니와 무명베를 짜서 팔기도 했고 길쌈을 누구보다 잘 했다고 한다. 이후 논실 동네 부자이며 이장인 고모부가 동생을 시켜 큰아버지에게 혼인을 청했다. 고모부는 첫 부인이 있었으나 딸만 둘을 낳아서 소박을 놓았다 한다. 슬하에 43녀를 두었고 현재 치매를 앓고 있어 가끔 찾아뵐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십만 원쯤 용돈을 쥐어드리는 일뿐이다. 논실고모네 석감주는 정말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다섯째 막내고모 안음전(安音傳)1932년 임신생이다. 예천 보문면 고모부 윤종영에게 시집을 가서 편달고모라 불렀다. 택호는 파평 윤씨 집성촌에서 지산댁으로 불렀다고 한다. 고모부 댁은 나락을 해마다 예순 석 넘게 생산할 정도로 집안이 넉넉했고 이장을 오래 맡던 고모부는 처가의 대소사에 오시면 불콰한 얼굴로 일을 잘 거들었다.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상여도 살피고 만장 쓰는 일도 손수 하셨다. 슬하에 35녀를 두었으나 둘째 아들이 고교시절 내성천에서 익사하고 말아 그 한을 평생 품고 살았다. 지금은 딸 둘이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고모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셨다는데 얼굴을 뵌 지 오래되었다.

 

-월간 시인동네(2018.11월호)에서


 

 

안도현.jpg
 

 1961년 경북 예천에서 출생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1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당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 『그리운 여우 』
『그대에게 가고 싶다』『외롭고 높고 쓸쓸한』 『바닷가 우체국』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등 다수
1996년 제1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제13회 소월시문학상, 2005년 이수문학상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46건 3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0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7 1 06-24
30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4 1 06-24
30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5 1 06-14
30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1 1 06-14
30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3 1 06-14
30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6 1 06-11
30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4 1 06-11
30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9 1 06-11
30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0 1 06-11
30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4 1 06-02
30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0 1 06-02
30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8 1 06-02
30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8 2 05-28
30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8 1 05-28
30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0 1 05-28
30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9 1 05-27
30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9 1 05-27
30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2 1 05-27
30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4 1 05-27
30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1 1 05-20
30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2 2 05-20
30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6 1 05-20
30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0 1 05-20
30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3 1 05-20
30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3 1 05-20
30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0 1 05-14
30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3 1 05-14
30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2 1 05-14
30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9 1 05-14
30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8 1 05-14
30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1 1 05-06
30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6 1 05-06
30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3 1 05-06
30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0 1 05-06
30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2 1 05-06
30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0 1 05-01
30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9 1 05-01
30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3 1 05-01
30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4 1 04-28
30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5 1 04-28
30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2 1 04-28
30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6 1 04-28
30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1 1 04-24
30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 1 04-24
30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7 1 04-24
30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4 1 04-23
30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6 1 04-23
29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2 1 04-23
29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9 1 04-23
29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3 1 04-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