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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밥 / 정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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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683회 작성일 19-03-0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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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밥


   정희성



충무로 사색기 인쇄소 골목
일방통행 갓길에 비켜서서
도회지의 허기가 밥때를
기다리고 있다

 
어린 과부와 산(山)만한 아들이
날치알을 비벼 주먹밥을 내주는 골목집
문이 열리자 목숨 같은 훈기가
비린 바다처럼 밀려나왔다.

 
어묵 한 그릇 진밥에도 이가 시리다
껍질을 벗을 때가 되었나보다
근력이 떨어진 인쇄공과 겸상을 물리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아나키스트 평전
십일 포인트 무게로 말라가는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의
마디진 생을 말아 쥔다


새벽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복권방으로 몰려가는 서슬에
길비둘기들이 눈발처럼 날아올랐고
이 해묵은 도시의 시장이 나와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화술로
시민중심 행복도시를 팔고 있다

 
밤새 바다는 안녕히 열렸을까


ㅡ『공정한시인의사회』(2019,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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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답청』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를 찾아서』 『돌아다보면 문득

1회 김수영문학상 1997년 시와시학상 제16회 만해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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