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 3 / 송문헌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山寺 3 / 송문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59회 작성일 19-03-20 09:24

본문

山寺 3

  송문헌

 


   탁,탁,탁,탁.똑,또르르르...


  목탁 치는 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나니 아침 공양 시간이었어요 새벽 예불이 끝나고 깜박 잠이 들었나 봅니다 미닫이문을 활짝 열고 덧문도 벌컥 여니 철늦은 눈이 절 마당 가득 눈부시어 반가움에 서둘러 나오니 댓돌 위에 흰 고무신까지 하얗게 품고 있었습니다 눈에 갇힌 요사체 뜨락을 앞뒤로 돌며 서성이다 산골창을 올려다보니 울창한 가지마다 솜사탕을 매달은 듯 눈꽃이 현란하게 숲을 이루어 꿈결 어느 다른 산사에 와 있는 듯 신비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요사체에서 법당 봉당으로 水閣으로 그리고 공양간으로 한 줄로 자리한 사잇 계단을 껑충 껑충 건너뛰어선 넉가래를 들고 변소 가는 길을 밀고 갔습니다 절간 변소는 대부분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이곳은 유난히 더 멀어서 똥 뒷간 가는 중간쯤 산비탈 오솔길 옆에 벽돌을 쌓아 칸막이를 하고 붉은 플라스틱 들통을 놓아둔 오줌통에 닿자마자 급한 김에 바지가랑이 속 그놈을 얼른 내놓고 쏴 내 깔기니 시원키도 하여 저절로 눈을 감았지요 진저리를 치며 눈을 뜨니 오, 오줌통 너머 산비탈에 가지를 늘어트리고 나의 그것을 지켜보는 생강나무 아름다운 꽃이여 산수유 같은 샛노란 꽃 둥지로 소복소복 피어있는 그 노란 꽃이 하얀 눈꽃송이에 살포시 안긴체 황홀하게 피어 수줍어 고개 숙이고 나의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단 말인가 영하의 긴긴 밤을 짝을 지어 얼싸안고 밤새 사랑을 나눴단 말인가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질긴 살아 있음은 또 어떤 수행에서 얻어지는 것일까 그런 생각으로 방에 들어와서도 한참을 이리뒹굴 저리뒹글 하다가 절 지붕 銅器瓦를 타고 추녀 아래로 비오듯 눈이 녹아 내리는 소리에 밖으로 귀를 기울이니 山中 어디선가 툭 하고 소나무 가지 부러지는 파열음이 가슴을 철렁하게 했고요 후두둑후두둑 눈꽃 떨어지는 소리에 조바심 나 눈 속에 핀 생강나무 꽃을 찾아갔지요 밤새 사랑을 나눈 기진 함에서일까 옷매무새도 가다듬지 않고 꺼칠한 모습으로 히죽히죽 이른 아침 방문을 열고 나오던 어느 정분난 과부가 그랬던 것처럼 꺼칠꺼칠 늘어트린 노란 꽃 봉만이 헤식거리고 있었지요 그날, 그날은 괜시리 나도 질척거리는 산길을 한 나절이나 싸 다녔지요.





1946년 충북 괴산 출생

1992천평시로 등단

시집 눈이 내리면 외포리에 가고 싶다』 『바람의 칸타타

그물에 걸린 바다』 『백두대간 언저리

33회 현대시인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69건 8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8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8 1 11-15
28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4 1 11-15
28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9 1 11-15
28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6 1 11-13
28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7 1 11-13
28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1 2 11-13
28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0 1 11-13
28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3 1 11-10
28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4 1 11-10
28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3 1 11-10
28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9 1 11-07
28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4 1 11-07
28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9 1 11-07
28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2 1 11-07
28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9 1 11-04
28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0 1 11-04
28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4 1 11-04
28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0 1 10-31
28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8 1 10-31
28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3 1 10-31
27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8 1 10-30
27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9 1 10-30
27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2 1 10-30
27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0 2 10-27
27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7 1 10-25
27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9 1 10-25
27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5 1 10-25
27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1 1 10-21
27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8 1 10-21
27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2 1 10-21
27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7 1 10-19
27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0 1 10-19
27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0 1 10-18
27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0 1 10-18
27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2 1 10-18
27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1 2 10-16
27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8 1 10-16
27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6 1 10-16
27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5 1 10-11
27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0 1 10-11
27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5 0 10-11
27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6 0 10-07
27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3 0 10-07
27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8 0 10-07
27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9 0 10-05
27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 0 10-05
27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8 0 10-05
27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8 0 09-29
27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5 0 09-28
27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7 0 09-2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