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숟가락 / 안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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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5회 작성일 19-04-04 10:33본문
무거운 숟가락
안효희
인터넷 모니터 속엔 수많은 내가 산다하오 제1의 안효희는 죽었소 목사인 그는 이미 몇 달
전에 죽었다하오 봉사활동에 한 평생을 보낸 그는 지금 천당으로 가 있다고하오 그에게서
머리카락 몇 개를 얻어 일말의 양심을 분양 받았소
제2의 안효희는 교사였소 나날이 아이들 속에 묻혀, 수백 가지 방식의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쳤다 하오 하지만 나는 어른이 되지 않는 법을 배우려 하였으나 끝내 실패만 거듭할
뿐이었소 다만 웃는 법을 배웠기에 아이들과 조금 친해질 수 있었소
제 3의 안효희는 기업가였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는 이 모든 것이 가족을 위한 배려라
했소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연구 중이라 하니 기대해볼 만 할 것이오
제4의 안효희… 제5의 안효희…
갖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13의 안효희가 여기에 있지 가장 무능하고 무심하고 무른
안효희가 되어, 더 무른 제14의 안효희를 낳기 위해 지금 밥을 먹고 있지 그런데 이렇게
무거운 숟가락의 재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지
-안효희 시집 『너를 사랑하는 힘』(푸른사상, 2018)에서
1999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 『꽃잎 같은 새벽 네 시』『서른여섯 가지 생각』『너를 사랑하는 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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