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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의 힘 /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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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86회 작성일 15-10-28 09:16

본문

  밥의

 

  이사라

 

 

가을이 가고 겨울 오는 길이 서늘합니다

며칠 동안 그 길에서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한 마음과 한 마음 사이를 무사히 지나기가 어렵다고

몸에게 말해주는

신(神) 하나가 그렇게 서늘한 기운으로 지나갑니다

신열로 오르내리는 세상이

어쩌면 몸속에 남은 마지막 힘인 듯 제게 느껴집니다

계속 그 길 따라 걸어가면

집들이 서릿발 꼿꼿한 창문을 달고

겨울은 그렇게 얼어가겠지만

창문 너머 저기 저 부엌의

밥솥 안에서는

둥근 맨얼굴들이 송글송글 땀을 흘리고 있을 테지요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한고비 넘긴 몸이

밥솥 안의 끈기처럼 밥의 힘을 믿는 사람과 함께

더 둥글게

또 한세상을 지나갈 것입니다

 

 

 

서울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8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히브리인의 마을 앞에서』『미학적 슬픔』『숲속에서 묻는다』
『시간이 지나간 시간』『가족박물관』』『훗날 훗사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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