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본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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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1회 작성일 19-04-15 10:05본문
파본破本
마경덕
꽃잎의 실밥이 터지고 있다
한 묶음으로 제본된 봉오리는 과월호처럼 버려진다
교정을 마친 가지 끝에
희디흰 햇살이 꽂히고 봄의 속지에 물이 번져
목 좋은 자리에 전시된 목련,
출간을 하자마자 성급한 바람이 책장을 덮는다
제본공이 표지를 마무리할 때도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하나하나 낱장을 이어붙인 문장들
긴 추위를 건너며 우리는 얼마나 눈부신 절창을 기대했는가
이하 생략…
이하 동문…
우수수 무더기로 넘어가는 꽃잎 활자에 야근을 하던 인쇄공도 손을 털었다
리뷰, 평점은 없었다
거리에 버려지는 봄의 파본들
여전히 바람과는 라이벌 관계다
-계간 《미네르바》2016. 겨울호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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