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인 우물 / 최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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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0회 작성일 19-04-15 10:09본문
덮인 우물
최연수
문득,
계단이 뛰어올라간 뒤
퉁퉁 불은 잠이 떠올랐다
소문이 풍선인형으로 허우적거렸지만
올라가는 물길과 내려가는 물길은 같아서
쉿!
수장된 열일곱 살은 빠르게 수습되었다
완벽한 비밀은 없다
그날엔 기미가 있었고
그 기미 속엔 옥상이 있었다
철 잊은 목련나무에서 늦꽃이 새어나오듯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온 허름한 빌라
마른 우물은 모두 이유가 있다
물길 끊긴 우물보다 소문이 덮은 우물이 더 많아
일층에서 사층까지,
돌아온 외출이 묵은 빨래를 하고 층간을 지워도
충치와 기침이 모여 진저리친 기억은
악취보다 치명적이다
물때보다 끈질긴 뚜껑은 자신만만하지만
언젠가,
불쑥,
열린다는 걸 잊는다
-시산맥감성기획시집 001『감성』(시산맥, 2018)
2015년<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5년《시산맥》등단
제7회 철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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