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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 / 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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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3회 작성일 19-04-15 10:12

본문

어떤 나라

  강성은

어떤 나라에서는

청바지를 입는 것이 금지되었고

청바지 밀수입업자가 교수형을 당했다

그러나 집집마다 옷장 속 깊숙이 청바지는 패물처럼 숨겨져 있고

어떤 나라에서는

부모가 늙으면 산에 버리러 가야 했는데

빵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며 아들은 새처럼 울었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오는 순간 자신의 몸에 밴 늙은이 냄새

어떤 나라에서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금지되었는데

피아니스트는 타이피스트가

드러머는 대장장이가

가수는 약장수가 되었다

음악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어떤 나라에서는

어디가 영토의 시작인지 끝인지 몰라 지도를 그릴 수가 없었다

하루는 요람처럼 작아졌다가

하루는 관처럼 거대해졌다가

하루는 사라지기도 했다

어떤 나라에서는

죽는 것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꿈꾸는 것과

오래 잠을 자는 것은 허용되었다

어떤 나라에서는

아무도 살지 않는데

날마다 조종(弔鐘)이 울렸다

-강성은 시집단지 조금 이상한』(문지, 2013)




kangsungeun-150.jpg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5문학동네로 등단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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