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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것 / 남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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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9회 작성일 19-04-16 09:02

본문

당신은 당신의 것

 

   남궁선

 

 

숲 속의 남산도서관

야외 벤치에 앉는다

어깨를 좁히고 목을 고정하고

검정 매니큐어 병을 흔든다 식욕을 억제하는 빛과 향

손목의 연골만이 자유로운 것처럼

손톱의 결을 따라 바른다

이른 아침 라일락 향기는 당신의 것

오월의 모든 초록은 당신의 것

검정 매니큐어를 한 번 더

바른다 당신은 당신의 시선으로 내 몸을 덧칠한다

맞나요 내 몸이 파랗다는 것, 살구 빛이라는 것

가느다란 목 뒤로 물결치는 바람

예의를 잃어버린 표정으로 빤히

나를 쳐다보는 당신

볼록렌즈처럼 동그래진 등 위로 햇볕이 모인다

등이 굽을수록 가슴이 끌어모은 검정이 짙다

머리를 무릎에 묻고 아,

우 우 손가락을 쫙 편다

오른손 중지는 오른쪽으로 휘고 왼손 중지는 왼쪽으로 휜다

낙타의 지방 덩어리 혹처럼 오래오래 타오르는 굽은 등

허리를 펴고 기지개를 켠다

바람에 말라 가는 검은 손톱

무럭무럭 자라는 상수리는 다람쥐의 것

꽃 숲으로 사라지는 케이블카는 여행자의 것

 

-계간 열린시학2012년 가을호

 


 

namkoongsun-150.jpg


2011시작으로 등단

시집으로 당신의 정거장은 내가 손을 흔드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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