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의 것 / 남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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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6회 작성일 19-04-16 09:02본문
당신은 당신의 것
남궁선
숲 속의 남산도서관
야외 벤치에 앉는다
어깨를 좁히고 목을 고정하고
검정 매니큐어 병을 흔든다 식욕을 억제하는 빛과 향
손목의 연골만이 자유로운 것처럼
손톱의 결을 따라 바른다
이른 아침 라일락 향기는 당신의 것
오월의 모든 초록은 당신의 것
검정 매니큐어를 한 번 더
바른다 당신은 당신의 시선으로 내 몸을 덧칠한다
맞나요 내 몸이 파랗다는 것, 살구 빛이라는 것
가느다란 목 뒤로 물결치는 바람
예의를 잃어버린 표정으로 빤히
나를 쳐다보는 당신
볼록렌즈처럼 동그래진 등 위로 햇볕이 모인다
등이 굽을수록 가슴이 끌어모은 검정이 짙다
머리를 무릎에 묻고 아, 아
우 우 손가락을 쫙 편다
오른손 중지는 오른쪽으로 휘고 왼손 중지는 왼쪽으로 휜다
낙타의 지방 덩어리 혹처럼 오래오래 타오르는 굽은 등
허리를 펴고 기지개를 켠다
바람에 말라 가는 검은 손톱
무럭무럭 자라는 상수리는 다람쥐의 것
꽃 숲으로 사라지는 케이블카는 여행자의 것
-계간 《열린시학》 2012년 가을호
2011년 《시작》으로 등단
시집으로 『당신의 정거장은 내가 손을 흔드는 세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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