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도 못살아 본 것처럼 /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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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07회 작성일 19-04-18 09:17본문
살아도 못살아 본 것처럼
김병호
집이 비었다
베란다 감 타래의 감들만 반짝인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지나는지
오후는 주홍빛으로 말랑해진다
어머니는 어디 가셨을까
알력밥솥 김 빠지는 소리가
기우뚱 집을 흔든다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현관에 서 있는 사이
저녁이 다 건너오고
무릎이 무거워진다
미루어 놓은 말들도
지워졌으면 싶은데
이치(理致)도 없이 한 아홉 살쯤을
이어살고 싶어진다
다녀왔습니다, 라는
밥그릇 같은 말도 없이
―《현대시학》 2017년 11•12월호
1971년 광주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달 안을 걷다』, 『밤새 이상을 읽다』 『백핸드 발리』 등
2013년 한국시인협회상 젊은 시인상
2013년 제8회 윤동주 문학대상 젊은 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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