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나무 부두 / 임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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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0회 작성일 19-04-25 09:41본문
낡은 나무 부두
임혜신
당신이 그리운 날도
당신이 그립지 않은 날도
나는 바다로 갑니다.
햇빛이 낭랑한 음률에 흩어지는 바람
하이! 하는 손짓처럼 자그마하다가
돛배만큼 커지고 이내
산처럼 부서져 내리는 바다에 서면
당신을 버릴 수 있는 까닭입니다
그리움은 잔 파도가 되어 사라지고
떠돌던 욕망은 모래처럼 깨어져 눈부신 때문입니다
제 몸을 작살처럼 던지는 태양 아래
사랑이 뜨거워야 한다는 것도
삶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도 잊는 까닭입니다
맨 발에 맨 손으로
당신의 푸른 옷자락을 밟으면
바다 깊은 늑골이 열리고
'희망, 추억, 자유, 아픔,… 같은 언어들
숟가락, 솟단지, 쇠사슬, 호미... 같은 이름들
가득히 넘실거리는 나는
당신의 내면이 되는 떄문입니다
그리하여 저 위험하고 부드러운
당신과 나 사이엔
낡은 나무 통로만 남아 흐르는 까닭입니다.
-출처 : 임혜신 홈페이지에서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학교 국어과 졸업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공대 졸업
1995년 《워싱톤 문학》, 1997년 <미주 한국일보>로 등단
시집 『환각의 숲』
공저 영시집 『Korean-American Poetry An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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