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 양현근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월 / 양현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91회 작성일 19-04-26 14:23

본문

사월


   양현근


 

전쟁을 치르듯 북새통의 하루가 저물고

하나 둘, 눈치를 살피며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들리는 소식마다 삐라 냄새가 나고

가계부채문제는 심각하다 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월급봉투는 몇 년째 사실상 동결이라는데

근심의 두께만 혼자 두툼하다

온기마저 빠져나간 사무실에서

글썽글썽해지는 형광등 불빛을 등지고 서서

그간 내게 건네진 말들이 분홍 꽃잎이었는지

뜨거운 방언이었는지 아니면 혁명이었는지

오래된 건반을 치듯 컴퓨터 자판을 마구 찍어댄다

어딘가에는 가장의 귀가를 기다리는

따뜻한 담장들이 서 있을 거라고

지금쯤 고향마을에는 명자꽃이 통통 터질 거라고

한때의 환했던 골목을 다 불러 모아도

요지부동의 저 질퍽대는 봄날

고단함을 방류하는 언덕길을 말없이 걸어가는데

볕이 잘 들지 않은 그 길에도 새싹이 돋고

아스팔트 위로 가벼운 홀씨들을 퐁퐁 날려대는 것이

참으로 눈부신 사월인 것이 분명한데

호박넝쿨 우거지던 흙담길에

버드나무는 왜 그렇게 말없이 휘어지던 것인지

세상의 뒷길은 왜 그리 길고

무작정 벗어 놓은 슬픔의 혐의는 많은 것인지

겨울잠을 막 깨어난 나뭇가지들

이제는 알았다는 듯 뒤척이는데

 

-양현근 시집 기다림 근처(문학의 전당, 2013)에서

 ​

   

8f843fd698a8935c3d00fbbb9337af7f_1549851608_7.jpg


1998창조문학등단

시집 수채화로 사는 날』 『안부가 그리운 날

길은 그리운 쪽으로 눕는다』 『기다림 근처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추천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88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6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7 04-02
16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7 5 12-16
16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3 4 01-29
16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7 4 10-03
16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9 4 04-16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2 3 04-26
16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3 03-11
16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9 3 12-06
16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2 3 12-14
16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0 3 02-11
16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8 3 02-11
16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9 3 02-11
16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3 01-18
16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7 3 12-20
16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2 3 03-13
16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8 3 12-08
16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3 3 02-14
16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3 3 03-12
16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6 3 06-15
16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3 2 09-14
16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6 2 11-16
16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5 2 01-07
16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2 03-27
16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0 2 12-26
16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5 2 05-28
16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5 2 09-14
16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9 2 11-16
16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2 2 01-07
16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2 04-02
16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4 2 01-28
16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2 02-09
16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8 2 02-24
16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8 2 02-14
16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7 2 09-14
16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1 2 11-16
16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2 04-02
16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2 02-09
16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2 01-15
16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2 2 07-13
16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4 2 10-03
16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1 2 12-06
16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8 2 03-19
16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5 2 02-09
16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0 2 10-27
16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5 2 07-13
16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52 2 10-03
16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6 2 12-06
16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4 2 01-23
16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2 04-05
16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2 04-2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