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 입술 / 한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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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0회 작성일 19-04-30 09:11본문
오디, 입술
한영옥
막둥이 가는 길은 길도 예쁘제, 그럼
할머니 한 분의 입술이 화면 가득 오물거린다
바다가 육지가 되기 전 아득한 무늬를 본거다
오디와 입술이 너나들이로 오물오물하던,
길 가는 시린 목을 뜨뜻하게 길이 말아주던,
막둥이 가는 길은 길도 예쁘제, 그럼
서운하게 무늬가 가물가물 사라진 뒤
입술을 쪼그려서 오디를 만들어 본다
옛날 옛날, 좋은 옛날이 조금 새어 나오려나.
-한영옥 시집 『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2018. 10)에서
성균관대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적극적 마술의 노래』 『처음을 위한 춤』 『안개편지』
『비천한 빠름이여』 『아늑한 얼굴』 『다시 하얗게』 등
1997년 한국예술비평가상, 2000년 천상병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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