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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기술 /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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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30회 작성일 15-10-30 09:24

본문

그늘의 기술

 

서안나

 

나무는 나무를 보지 못한다

나무를 나무에 집어넣겠다

악어를 악어에 집어넣겠다

절망을 절망에 집어넣겠다

나만 나를 보지 못한다

 

당신이 당신을 이해했다면

당신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낮에는 그늘로 다녀간다

 

지울수록 다가오는 게 삶이라면

그늘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생각

나무에서 그늘이 기어 나온다

그늘은

감정처럼 잘 구부러진다

그늘에 나무의 감정이 묻어있다

그늘은

식은 감정을 되돌아오는 기술

버린 나를 다시 버리고 오는 방랑의 기술

되돌아와 비탄으로 일어서는

동물성 기술

 

 

1965년 제주 출생
1990년《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플롯 속의 그녀들』』『립스틱 발달사』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
평론집『현대시와 속도의 사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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