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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 유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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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13회 작성일 19-05-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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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유종인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꽃,

꽃은 열매 속에도 있다

단단한 씨앗들

뜨거움을 벗어버리려고

속을 밖으로

뒤집어쓰고 있다

내 마음 진창이라 깜깜했을 때

창문을 깨고 투신하듯

내 맘을 네 속으로 까뒤집어 보인 때

꽃이다

뜨거움을 감출 수 없는 곳에서

나는 속을 뒤집었다, 밖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은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꽃은

견딜 수 없는 구토다

나는 꽃을 집어먹었다


- 유종인 시집 아껴 먹는 슬픔』(문지, 2001)중에서




1968년 인천 출생
1996년《문예중앙》시부문 당선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시집『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사랑이라는 재촉들』『양철지붕을 사야 겠다』
시조집 『얼굴을 더듬다』등


추천1

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에 대한 새로운 해석
----------------------------
꽃은 열매 속에도 있다

내 맘을 네 속으로 까뒤집어 보인 때
꽃이다

꽃은 견딜 수 없는 구토다

위의 구절은 꽃에 대한 시인의 재해석이다.
팝콘은 강냉이 알갱이를 터뜨린 거다.
안의 내용물이 부풀어 밖으로 튀어나와 뒤집어진 것이다.
그 하얀 속살이 바로 꽃이라는 것이다.

꽃이 열매 속에도 있다는 사실은 기본 상식을 뒤집는 말이다.
꽃은 피어 수정한 후 떨어진 그 자리에서 열매가 열리는 게 자연의 이치이니 말이다.

내 안에 들어 있는 너를 향한 뜨거움.
너는 내가 사랑하는 이라도 좋고, 사람이 아닌 다른 대상이라도 좋다.
내 맘을 까뒤집어 보일 수 있다면, 나는 꽃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김춘수 님의 꽃이 생각나네.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그에게로 가 그의 꽃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내 맘을 뒤집어 주는 마음이 없을 땐,
스스로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뜨거움으로
알아서 구토를 했다.
스스로 피워낸 꽃이다

수동의 자세에서 능동의 자세로의 전환이 왠지 슬픔으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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