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 유종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30회 작성일 19-05-08 10:32본문
팝콘
유종인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꽃,
꽃은 열매 속에도 있다
단단한 씨앗들
뜨거움을 벗어버리려고
속을 밖으로
뒤집어쓰고 있다
내 마음 진창이라 깜깜했을 때
창문을 깨고 투신하듯
내 맘을 네 속으로 까뒤집어 보인 때
꽃이다
뜨거움을 감출 수 없는 곳에서
나는 속을 뒤집었다, 밖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은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꽃은
견딜 수 없는 구토다
나는 꽃을 집어먹었다
- 유종인 시집 『아껴 먹는 슬픔』(문지, 2001)중에서
1968년 인천 출생
1996년《문예중앙》시부문 당선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시집『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사랑이라는 재촉들』『양철지붕을 사야 겠다』
시조집 『얼굴을 더듬다』등
댓글목록
최경애님의 댓글
최경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팝콘을 보고 이런 글을 적는 시인의 눈에 경의를 표합니다. ㅎㅎㅎ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에 대한 새로운 해석
----------------------------
꽃은 열매 속에도 있다
내 맘을 네 속으로 까뒤집어 보인 때
꽃이다
꽃은 견딜 수 없는 구토다
위의 구절은 꽃에 대한 시인의 재해석이다.
팝콘은 강냉이 알갱이를 터뜨린 거다.
안의 내용물이 부풀어 밖으로 튀어나와 뒤집어진 것이다.
그 하얀 속살이 바로 꽃이라는 것이다.
꽃이 열매 속에도 있다는 사실은 기본 상식을 뒤집는 말이다.
꽃은 피어 수정한 후 떨어진 그 자리에서 열매가 열리는 게 자연의 이치이니 말이다.
내 안에 들어 있는 너를 향한 뜨거움.
너는 내가 사랑하는 이라도 좋고, 사람이 아닌 다른 대상이라도 좋다.
내 맘을 까뒤집어 보일 수 있다면, 나는 꽃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김춘수 님의 꽃이 생각나네.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그에게로 가 그의 꽃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내 맘을 뒤집어 주는 마음이 없을 땐,
스스로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뜨거움으로
알아서 구토를 했다.
스스로 피워낸 꽃이다
수동의 자세에서 능동의 자세로의 전환이 왠지 슬픔으로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