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창문 / 권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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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832회 작성일 19-05-14 10:00본문
구름 창문
권순자
작은 창 사이로 들어온 작은 마당
젖어서 까맣게 빛나는 바닥
밤새 떨어진 단풍이 나무 아래 어지럽다
슬픈 잔해들
바람이 국화 냄새 난다
창살 사이로 조각난 하늘
저항하는 구름 밀려나는 구름
시커먼 설움
시커먼 고단함
사이로 열리는 구름창문
햇살이 빗줄기로 쏟아진다
첫 어둠을 깨운 태초의 햇살처럼
무지를 깨고 편견을 흔들며
어둠 속에 갇힌 작은 방을 비추며
서늘한 호흡으로 온다
이 세상 별들에게 쏟아지는 햇살
어둡고 무질서한 도척의 땅에 잃어버린 시력이 돌아오듯
기적처럼 쏟아지는
높고 푸른 하늘이 쏟아내는 눈물
소멸하는 찬란!
이 세상이 천상인 듯 돌아온 빛
거대한 구름창문을 열고 기꺼이 기어이
찾아온 빛나는 수천의 신의 발, 발들.
ㅡ권순자 시집『청춘 고래』(문학수첩, 2019)
1958년 경상북도 경주출생
1986년 《포항문학》에 「사루비아」 외 2편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03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우목횟집』 『검은 늪』 『낭만적인 악수』
『붉은 꽃에 대한 명상』 『순례자』『청춘 고래』등
추천1
댓글목록
최경애님의 댓글
최경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기꺼이. 기어이 찾아온~~ 수천의 신의 발... 참 멋진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