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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책 / 고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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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92회 작성일 19-05-16 11:16

본문

당신의 책

 

   고 영

 

 

책을 사랑합니다

그것만이 당신의 유일한 취미

당신이 외로운 건

책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책이 웃게 할 방법을 찾아 당신은 매일 골몰합니다

매일매일 책을 방문합니다

스스로 보호자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 시절이 늙어버렸습니다

책과 함께 늙어버렸습니다

 

간혹 당신은 책의 내용보다 더 명확해져서

긴 각주를 달곤 했습니다

그것은 생애를 예감한 현자의 탄식처럼

오래 기억될 것이지만

 

외로움도 늙는다는 걸

당신이 터득하게 된 이후에 대해

책이 각진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둥근 책이

은혜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당신 생애의 내용보다 명확했으니,

이제 또 다른 세계에서 늙어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계간 시와 사상2019년 봄호 


 


goy.jpg

  

1966년 경기도 안양 출생
2003년 《현대시》신인상 등단
2004, 2008 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기금 받음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너라는 벼락을 맞았다』『딸꾹질의 사이학』
현재 《시인동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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