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포비아에 감염된 태양과 잠들지 않는 티볼리 공원, 그러나 하나 빼고 완벽한 목마 /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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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56회 작성일 19-05-28 10:05본문
구름 포비아에 감염된 태양과 잠들지 않는 티볼리 공원, 그러나 하나 빼고 완벽한 목마
여름이 오기 전에 헤어져
목마를 길들이는 일에 한 계절이 지났다 서커스단이 훔쳐 간 태양이 안데르센 천막으로 팔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중으로 산란하는 바람,
초원을 달리는 소년과 태엽에 감긴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
바람개비가 예보 없이 쏟아진다 찢긴 구름은 흰 목마가 된다 여름의 단면에서 쏙독새가 태어난다
오르골을 열면 구름을 타고 날아오르는 소년, 관람차에선 낡고 경쾌한 방식으로 말이 달리고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새에게 긴 막대를 줘야지
프로펠러 프로펠러, 쏙도새가 말을 배우는 곳에서 소년이 알을 품는다 목마를 포란하는 밤이 스스로 회전한다
소년은 밤의 활동을 해독하는 사람,
여름이 지나간 방향으로 분실된 천문학이 기록된다
거꾸로 돌리는 거야,
계절의 안쪽에서 소년은 소년이 된다
안부를 물을 수 없다 그리하여 구름이 고장 난 나침반과 떠났다는 말은 믿지 않기로 한다
소년이 회전목마를 탄다
어지럽지 않니?
음각된 정오가 구석에서 파기된다 이미 그해 여름이 지났다는 소문을 들었다
한차례 바람개비가 내린다
바람의 태엽을 달고 태어난 목마가 초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시산맥》 <2018~2019> “시여 눈을 감아라” 수상작
1994년 경남 통영 출생
2017년《시인동네》로 등단
《시산맥》 <2018~2019> “시여 눈을 감아라”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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