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 심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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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4회 작성일 19-06-04 10:29본문
발레리나
심언주
물속에서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파닥여요. 내가 잡을 수 있는 건 못 움직이거나 안 움직이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꿈속에서 상상도 못하는 점프를 해요. 발끝이 땅에 닿지 않은 채 크고 싶어요.
샤워를 할 때 날개 뼈를 타고 흐르는 물살을 활짝활짝 펼치며 새 흉내를 내다가 몸이 반쪽이 될 뻔한 일도 있지만
토네이도 한가운데 나를 세워두고 싶어요.
멈추었을 때 얼마나 뾰족해져 있을까요.
질긴 울음이 노래가 되진 않겠지만 운 만큼 몸은 가벼워지겠지요,
몸통을 잃고 하늘을 떠도는 날개를 향해 손을 뻗을 수 있겠지요.
―계간 《시인시대》 2019년 봄호
충남 아산 출생
2004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 4월아, 미안하다』『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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