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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는 왜 의자들과 관계 있는가 /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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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7회 작성일 19-06-0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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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는 왜 의자들과 관계 있는가

 

    김이듬

 


  젓는 것과 흔드는 것의 차이를 말씀드릴까요? 내가 셰이킹 하는 모습을 보며 휘파람 부는 사람이 있고 칵테일이 맛있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죠. 팔이 아플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저기 구석자리에 있는 걸 알아요. 그는 언제나 롱아일랜드아이스티를 주문하죠. 낡은 마루처럼 민감한 사람들의 반응, 그래 봤자 차이는 의자 간격 정도죠.

 

  퍼포먼스가 아니에요. 나는 이 밤의 바에서 칵테일을 파는 사람. 팔이 빠져라 흔들고 섞고 저으며 적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마리골드는 구역질나게 썩는 냄새를 피워 벌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죠. 하지만 어제 죽었어요. 나는 이 화분을 안락의자 위에 올려 둡니다.

 

  운명은 운명적이지 않고 예술은 예술적이지 않아서 나는 의자들을 수집합니다. 어깨가 아픈 사람을 등받이가 긴 의자에 앉히고 만취한 사람은 벤치에 눕혀요. 약을 한 내 동료는 경찰에 잡혀 갔지만 약을 팔고 성매매 한 클럽 주인은 오늘 헬스장에서 셀카를 찍죠. 나는 의자를 들고 아무도 내리찍지 않아요.

 

  사람들이 의자로 보인 적 있나요? 예쁜 병에 든 알록달록한 잼을 좋아하세요? 시체와 고기를 혼동하지 않고 만찬의 가지런한 식기들, 즉 큰 스푼, 포크, 나이프, 작은 스푼, 포크 따위를 활용한다면 제 말을 이해할 겁니다. 의자의 품에 안겨 의지를 내려놓은 적 있습니다.

 

  둥그런 방석이 필요 없습니다. 의자 위에 의자를 겹쳐 두고, 의자 사이에 의자를, 의자의 머리를 의자 다리 사이에, 그러다가 나는 의자를 뒤집어 놓고 생각합니다. 의자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구애가 없고 질투가 없는 다자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까요?

 

  아르누보라는 이 바의 보증금이 얼마였던가? 발을 뗄 때마다 마룻바닥이 내려앉고 있는데 카펫은 멀쩡해요.

 

  태양이 어둠의 궤양처럼 보이고 승리가 참패와 비슷한 이름으로 보이지 않나요? 엉덩이의 종양처럼 터져서 나는 의자 위에 서서 천장을 두들겼어요. 패러디를 좋아하지 않고 비아냥거릴 처지도 아닙니다. 단지 창문이 하나 필요할 뿐이죠.

 

  나는 전철역보다 광장보다 높은 천장을 보려고 해요. 셰이커를 흔들면서 내 머리 위에 걸려 있는 유리잔의 수만큼 많은 창문들을 상상합니다.

 

  길고 지저분한 바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마주 앉아 있어요. 지하철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이들처럼 가려는 방향이 반대지만 이따금 당신은 바를 넘어옵니다. 굴러오는 피넛처럼 저절로.

 

  나는 언제나 바에 다리를 올린 발레리나처럼 태연하지만, 밤거리의 의자들처럼 서 있지만, 아이들을 죽인 부모처럼 라일락나무 아래 소녀를 강간한 아저씨처럼 종종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나를 차단한 인간적인 친구를 당일보다 오늘 더 사랑하듯이,

  이곳에는 사랑을 나누는 의자가 무수히 많고 모두가 돈에 약에 취했어요. 나는 날마다 술을 만드는 쇼를 하지만, 아무리 흔들어도 얼음은 깨지지 않아요. 한순간도 한 방울도 녹지 않아요. 아무리 팔을 휘저어도 꿈이 깨지 않아요. 썩는 나를 데리고 나가지를 못해요.


―《문장 웹진2019.6월호




 



경남 진주 출생
2001년 《포에지》등단
부산대 독문과 졸업. 경상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으로『별모양의 얼룩』,『명랑하라 팜 파탈』』『말할 수 없는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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