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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 심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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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491회 작성일 19-06-10 11:18

본문

 

   심강우

 

 

사태가 났다

무너져 내린 단풍의 잔해로

욱수골 저수지 가는 길이 막혔다

붉은색이 엷어져 가는 세월이었다

당신과 나눈 말들이 몇 번 피고 졌는지

옹이로 갈라진 내 몸피를 보면 알 수 있을는지,

물의 냄새에는 여태 지워지지 않는 마음이 있다

저장고의 시간은 묵은 화약처럼 푸슬푸슬 흘러내린다

저수지 가는 길, 검붉게 찍힌다

 

짙은 색들은 서로를 온전히 담지 못한다

계절이 만나는 둑길, 겹쳐진 색 한가운데 서서

나는 방금 바람이 복원한 파랑을 내려다본다

경사진 마음에 희미한 목소리들이 찰랑거린다

내 몸의 낡은 색들이 물에 풀려간다

 

시간은 색이다, 아주 오래전

당신이 짙어지면서 내 몸은 묽어져 갔다

내 몸이 그린 곳곳에 당신의 바탕색이 있었다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묻어나면서 나는 이제

채도와 명도가 너무 낮은 색,

어느덧 저수지에 또 다른 색이 어린다

무너져 내린 단풍이 여기까지 밀려온 것일까

거기 초록의 웃음 하나가 하얀 미소에 스며드는 걸

본다, 내가 물들었던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내 온몸을 다 그려도 아깝지 않았던 색, 당신

 

심강우 시집 (현대시학, 2017)에서

 


심강.jpg


2013년 수주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2014월간문학신인작품상 시부문 당선

1996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

2012경상일보신춘문예 소설 당선

동시집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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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색을 매개로 하여 회상해 보는 시인의 순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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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수골 저수지로 가던 가을 어느 날, 단풍의 잔해로 길이 막혔다.
저수지에 고인, 물들은 지나간 세월의 저장고, 그 속에서 당신이라는 기억을 꺼내 본다.
아마도, 이 시인의 그녀는 지금은 곁에 없나 보다.
어떤 사연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짙은 색들은 서로를 온전히 담지 못한다는 구절로 이 시인의 사랑이 헌신적이었음을, 혹은 맹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처음 시를 읽고 났을 때는, 이 구절이 거슬렸다.
쓸데없는 단정적 설명으로 읽어 나가는 맛을 끊어버렸기에.
다시 읽으면 생각해 보니 이 시는 시인 자신의 사랑에 대한 비망록일 것이라는 데 이르러서야, 이 구절이 들어가야만 할 당위성을 이해하게 된다.
그것만 아니라면 차라리 생략하는 게 독자들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겠다.

당신이 짙어지면서 내 몸은 묽어져 갔다
아마 그럼에도 그녀는 시인처럼 자신의 색을 풀어내지는 않았나 보다.
저수지에 떠내려온 단풍을 보며 시인은 자신의 사랑을 닮은 또 다른 누군가의 무너진 사랑, 혹은 지난날 자신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본다.
그리고 떠오르는 그녀의 웃음.
가장 사랑했던 시절이라서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라 쓴다.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내 온몸을 다 그려도 아깝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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