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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석류 / 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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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6회 작성일 19-06-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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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석류


   이정원



잊히기 쉬운
잊고 싶은, 그러나 잊히지 않는
너의 눈동자를 꽂고 행성 바깥에 서 있었지
등 뒤 어둠이 농익어
새빨간 입술을 켜고
망쳐버린 꽃밭을 손질했지

 
손 안에, 어쩌다
붉은 유혹 페르세포네

 
석류를 쪼개다 피가 튀었지
물든 옷섶
글썽이는 심장

 
어둠이 먹여 키운 불안으로 미각의 심지를 돋우면
웅크린 감각이 덥석 되살아나
자지러지는 빨강 혹은 자주

 
누군가에게 건네야 하는
불땀을 옷 주름 속에 감추고
알갱이를 깨물까
한꺼번에 입 안에 넣을까


석류 먹는 법
피가 덜 튀는 방식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


왼손과 오른손이 엇갈려
석류가 석류인 채 흘러가는 붉은 즙의 시간
백년을,
피가 끓는 시간 


ㅡ『리토피아』(2019.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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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불교신문〉신춘문예
2005년 《시작》등단
2009년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내 영혼 21그램』『꽃의 복화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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