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헨리의 편지 / 허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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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47회 작성일 15-11-06 09:58본문
오, 헨리의 편지
허영숙
우체부도 없이 저 편지들 어떻게 여기로 왔을까요. 다 읽기도 전에
또 쌓이는 편지에는 붉은 곡절만 가득합니다.
어제는 어둑신한 틈을 타고 누가 잎들을 모조리 뜯어가는 소리 들었습니다 스스로 버려야 할 때라는 것을 ,저 잎 보내지 않고서는 다시 여기 올 수 없다는 것을 바람도 안 까닭이겠지요.
일생이란 잠시 극적으로 머물다 지나가는 단편 같은 것인지요. 푸른 날의 비명조차 조용히 묻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는 전언에 자잘한 슬픔이 북받쳐 올라 마음이 자꾸만 안쪽으로 밀립니다.
한 잎의 간절함이 사람을 살리고, 상하게 해도 한 우주를 내어주어야 또 살 수 있으므로 붓으로 억지로 그릴 수 있는 목숨은 없다는 것, 억지로 풀어 낼 어설픈 반전도 여기서는 쓸 수 없는 작법일 뿐 이라는 것,
겨울 내내 육신을 앓을 나무와 소인도 없이 이곳저곳을 떠도는 붉은 잎들의 행려를 지켜보는데 누가 자신의 화구畵具를 챙겨 조용히 떠나고 있습니다
2006년 《시안》신인상 당선
<시마을> 동인
시집『바코드』공저시집『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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