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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고드름은 나이테가 있다 / 강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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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9회 작성일 19-06-26 09:06

본문

오래된 고드름은 나이테가 있다

 

   강윤순

 

맹물처럼 보이나요

투명한 과거라고 말하진 않을게요

무작정 찾아든 곳이 낡은 지붕 끝이었고

신발을 던져버린 이후이니까요

머리를 흔들며 등뼈를 훑어내린 눈 물

그 물에 살을 저며 넣고

물구나무로 뿌리를 내려야 했어요

줄기를 키우기엔

빙점을 포장한 태양이 블랙홀이었어요

더러는 봄빛을 따라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곤 했지요

한 발만 빠진 문지방에서 발을 뺐지만

목살을 떼어주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어요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삭풍이어요

칼날을 세우고 톱날을 번득이는

망토 두른 화신의 음모 음모들

그러나 바다는 산을 넘고 산은 바다를 넘었어요

그때마다 나는 나이테가 굵어졌지요

제 나이만큼 나이 테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봄날을 등에 업은 당신 아직도

그 코웃음의 힘을 믿나요 착각은

언제나 프리즘을 동반하니까요

 

 —《시와 세계》2009년 봄호


kangyoonsoon-140.jpg


2002시현실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108가지의 뷔페식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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