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물, 할수없이사람에 관한 이야기 / 박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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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5회 작성일 19-06-27 09:32본문
브룩 바커의 『동물들의 슬픈 진실에 관한 이야기』에 나오지 않는 어떤 동물, 할수없이사람에 관한 이야기
박제영
대한민국 상위 1%라는 당신들
국민이라 쓰고 개돼지라 읽는 당신들
은 사람일까
키위라는 새는 아픈 기억을 5년 이상 간직한다는데,
그 많은 아픔들을 잊은, 키위보다 못한 당신들을
뭐라 읽어야 할까?
닭? 개똥지빠귀?
뭐라 읽어야 할까?
생쥐는 동료 생쥐의 아픔을 이해하고 똑같이 아파한다는데,
그 많은 아픔들을 아파하지 못하는, 생쥐보다 못한 당신들을
또 뭐라 읽어야 할까?
두더지 아니면 스컹크?
라고 읽어야 할까?
두 마리의 개구리가 같은 연못에 있어도 종이 다르면 서로의 소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데,
같은 종인데도 사람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개구리보다 못한 당신들을
도대체 뭐라 읽어야 할까?
코모도왕도마뱀?
게코도마뱀?
아서라, 개돼지가 울고 웃겠다
닭이 울고 웃고 개똥지빠귀가 울고 웃고 두더지가 울고 웃고 스컹크가 울고 웃고 코모도가 울고 웃고 게코가 울고 웃겠다
세상의 모든 포유류 양서류 조류 어류 하다못해 아메바 플라나리아 무척추 동물까지 모두 다 울고 웃겠다
억울해서 울고 어이없어 웃겠다
안 되겠다 당신들은 그냥
할수없이사람
이라고 읽을 수밖에 없겠다
대한민국에는 할수없이사람이라는 희귀종이 서식하고 있다
―계간 《시와경계》 2019년 여름호
1992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소통을 위한, 나와 당신의』 『식구』 『뜻밖에』
『그런 저녁』 『조화벽과 유관순』
저서『사는 게 참 꽃 같아야』등
1990년 고대문화상 시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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