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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게임 / 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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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43회 작성일 15-11-06 10:04

본문

로섬 게임

 

     문 숙

 

 

혼자 김장을 하다가

오른손이 쥔 칼에 왼손 손가락이 깊게 베였다

혼자 아닌 혼자라는 생각에

평정을 벗어난 마음 한 끝이 날을 세웠던 모양이다

 

왼손이 믿었던 오른손

둘이면서 하나라 믿었던 마음을 베였다

상처란, 서로를 한 몸처럼 여길 때 생긴다

 

그러나 내 한 몸도 서로 어긋날 때가 있어

내가 나를 베고, 또 봉합하며

둘이 되었다가 하나가 되었다가 한다

 

오늘은 다친 왼손 때문에

부엌을 모르던 남편이 설거지를 하고

하숙생 같던 딸아이가 내 머리를 감겨주기도 한다

 

내가 나를 벤 값, 이만하면 됐다 




 

경남 하동 출생.
2000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단추』 『기울어짐에 대하여』 등
2005년 서울시 문화재단 문예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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