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개집 지붕 위에서 나를 향해 짖었다 / 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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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0회 작성일 19-07-01 10:27본문
개가 개집 지붕 위에서 나를 향해 짖었다
하종오
개가 개집 지붕 위에서 나를 향해 짖었다
나는 언덕길을 내려가는 중이었다
개집은 목조주택 앞쪽에 놓여 있었다
개가 저보다 더 큰 사람에게 왜 짖을까
사람들에게 무시당해 억울할 때조차
나는 내 집 지붕 위에 올라가
나보다 더 큰 신을 향해 소리치지 못했다
개는 개들에게 무시당해 억울한 걸까
내가 언덕길을 걸어온 이유는
언덕 너머에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아서인데
목조주택 주인은 왜 집을 나갔을까
사람들에게 무시당한 게 억울하여
자신의 집 지붕 위에 올라가
자신보다 더 큰 신을 향해 소리쳐 보다가
응답이 없어 다른 곳을 찾아갔을까
목조주택은 개집 뒤쪽에 세워져 있었다
개는 주인에게 무시당해 억울한 걸까
목줄에 묶여 있어 뛰쳐나가지 못하는 개에게
나는 손 흔들어 주고 언덕길을 내처 내려갔다
개가 개집 지붕 위에서 나를 향해 계속 짖었다
—《포지션》2016년 봄호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으로 『쥐똥나무 울타리』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물의 운명』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정』 『깨끗한 그리움』 『님』
『무언가 찾아올 적엔』 『반대쪽 천국』 『지옥처럼 낯선』 『국경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베드타운』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입국자들』 『제국』 『남북상징어사전』 『신북한학』 『남북주민보고서』
『세계의 시간』 『신강화학파』 『초저녁』 『죽음에 다가가는 절차』등
시극집 『어미와 참꽃』
동화 『도요새』 『누가 아기 석가모니로 태어났을까』 『미래에 오는 미륵불』 『하늘 무인도』
제2회 신동엽창작기금 수혜, 제1회 불교문예작품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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