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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에서 꺼낸 자화상 / 수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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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5회 작성일 19-07-02 09:46

본문

목판에서 꺼낸 자화상


   수피아

 

 

찬란히 빛나지 않는 빛을 만들고

영원히 흐르지 않는 물을 만들고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웃음을 만든다

움직이지 않는 환한 배경이 완성되면

등 뒤에 그림자를 붙인다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게 될 내 몫의 그림자다

나는 목판에 갇혔으므로⋯ 칼끝에서

조각은 서커스 단원처럼 튀어 오르고

나를 발굴하기 위해 분주하다

그러나

깊숙하게 꽂으며 격렬하게 퍼붓던

너와의 첫 키스는 잘 새겨지지 않는다

칼끝에서

살점들이 떨어져 나갈 때마다

마른 침묵에 쌓인 목판의 상처가 선명하다

상처가 선명해 질수록, 목판 안에 갇혀 있던

사랑에 빠진 내가 꺼내어질 것이다

 

  —《문학마당》 201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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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계간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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