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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단지를 들여다보며 / 한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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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0회 작성일 19-07-24 10:25

본문

고추장 단지를 들여다보며


   한미영


 

베란다 청소를 끝내고

마지막 설거지로 고추장 단지를 열어본다

스텐 국자가 휘어지도록

내용물들 딱딱하게 굳어있다

남을 향해 경직된 사람 속이 이러할까

나는 단지 속을 들여다보며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경직 돼 있던

내 딱딱하게 굳은 속이

저러했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떡볶이를 볶을 때이거나

부추 비빔밥을 힘들여 비빌 때의 매콤한 맛이

사리처럼 단단한 아픔 한 조각이

그 순간 내 목젖을 치고 넘어간다

울분 덩어리 삶에도 결코 마르지 않는

식욕보다 강한 희망 같은 게 있었구나

하면서 생수 한 바가지를

단지 속에 붓는다

더깨가 진 시간들은 베란다 밖

질척거리는 세상으로 떠 내 버리고

마음 다 말라버린 몸 속에

다시 마음을 쟁여 넣듯

삐득삐득 말라버린 독 속의 장에

생수를 비벼 섞는다

언젠가 저 응어리진 마음이

축축하게 풀릴 날을 생각해 본다


―《현대시학2003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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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출생

안동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및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과정 수료

2003시인세계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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