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자리 여자 / 김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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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1회 작성일 19-07-25 10:22본문
물고기자리 여자
김향미
피아노 위 유리 상자 속에 커다란 목선 彫刻이 놓여있다
목이 잠긴 피아노 속으로 출렁이는 검은 바다, 갈매기 소리
흰 건반이 눈물을 삼키고
검은 건반이 말을 삼키고
긴 복도에 자리 잡은 검은 피아노가 꽉 다문 입을 열지 않는다
목선상자 위에 아로마 향초가 탄다
훌쩍 커버린 음표들이 먼 곳에서 안부를 삼키는 밤
뚜껑 위에 걸쳐진 검은 외투가
항해의 기억이 없는 목선의 뱃머리를 두드리기도 한다
침묵을 재단하는 현으로 떨리는 가슴의 언어를 엿듣던 때가 있었다
소리가 되지 못한 떨림에 먼지가 쌓이고
검고 흰 밤들이 막대기로 나란한 규칙처럼 반복될 때
내일로 향하는 꿈속에 뱃고동 소리가 울리곤 한다
향초가 흔들리는 곳으로 파도가 밀려온다
긴 복도가 어둠에 잠기고
귀가 어두운 남자가 낡은 앨범을 목선 옆에 내려놓는다
아무 멜로디도 새어나오지 않는 밤, 모든 소리가 갇힌 창
피아노가 발견되었다 늘 한 자리를 지키던,
오래된 침묵의 멜로디와 여자의 구름이 발견되었다
—《다층》2015년 여름호
1966년 경북 안동 출생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 졸업
2009년 《유심》을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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