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종 / 장석주 > 오늘의 시

​나의 개종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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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내 기분을 녹색이라고 한다면

내 종교는 물푸레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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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기분으로 맞는 아침들.

우리에게 개종을 끝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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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없는 눈을 깜박이는

국립생태원의 내 착한 물푸레나무 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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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와 수만 밤의 기억을 품고

안개 속에 서 있는 이타적인 내 이복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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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우듬지에 하얀 소금이 반짝이고

막 터지는 빛 속에서 파랗게 열리는 공중,

발끝으로 서 있는 저 물푸레나무들은

전생이 무용수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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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푸레나무는 아니더라도

아침이라는 종교를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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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종자들이 아름다움 속에서 질식할 때

당신은 이미 개종을 예비하는 동물이다.

―월간 《시인동네》 (2019.6월호)

1955년 충남 논산 출생

1975년 ≪월간문학≫ 시부문 신인상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가작

시집 『햇빛사냥』 『완전주의자의 꿈』 『그리운 나라』 『어둠에 비친다』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어떤 길에 관한 기억』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크고 헐렁한 바지』『일요일과 나쁜 날씨』등

평론집 『풍경의 탄생』 『들뢰즈, 카프카, 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