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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전정하다 / 박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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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7회 작성일 19-08-12 10:33

본문

을 전정하다

 

   박철영


 

그대 이룬 생의 빌미가 된 꽃

초입부터 단숨에 잘라내는 무지는

가위의 날카로운 칼날 탓은 아니다

살기 위해 그래야만 된다고

다짐했던 약속마저

몇 번의 웃자란 가지처럼

꽃을 피운 계절이 죄가 되었다

긴 겨울 시린 눈꽃 닮고 싶던 꿈을

매몰차게 외면해야 하는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가 죄다

해동하기 시작한 나른한 봄처럼

기지개를 펴고 나온 농부가

환장하도록 만개한 꽃을

잘라 내야 하는 것은 숙명

상처 낸 자리가 클수록 씨알 굵은 매실이 달리듯

오로지 세상은 화사한 꽃보다

먹고살아야 하는 절박함이 클 뿐이다

꽃피는 내내 그늘처럼 찾아오는

한 해의 생을 가늠해 보아도

농부의 허기는 잘라낼 수 없다

 

-박철영 시집 꽃을 전정하다(시산맥, 2019)에서



 

 

1961년 전북 남원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

2002현대시문학등단

2016인간과 문학평론 등단

시집 비오는 날이면 빗방울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

월선리의 달』 『꽃을 전정하다

산문집 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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