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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품 / 정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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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7회 작성일 19-09-03 10:07

본문

소모품

 

   정 숙

 

 

마구 깎아 내버렸다

빨리 새것을 쓰고 싶어서

 

몽땅 연필이 되기 전

버린다고 꾸중을 심히 들었을 때

 

입술이 삐죽삐죽, 엄마는 구두쇠라며

투덜거렸는데

 

이제 나이 들어보니 알겠다

깎여나가는 연필이 자신의 모습이란 것을

 

어쩔 수 없이 사람도 소모품이라는 걸

곧 버려지듯 사라져야 한다는 걸

 

엄마는

그때 이미 아셨던 거다

 

ㅡ《시산맥(2019, 가을호)

 

 

 

jungsook_150.jpg


경북 경산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3년 계간 시와 시학등단

시집신처용가』『위기의 꽃불의 눈빛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1회 만해님시인상 작품상 수상

2015년 대구 시인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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