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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었다 / 정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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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1회 작성일 19-09-16 09:27

본문

죄를 지었다

 

 정철웅

  

점심때 죄를 지었다

입맛이 떨어졌는지

식판에 남은 밥 몇 숟갈을

마저 뜨지 못했다, 햇살에게

죄를 지었다

눈의 방심(放心)과 공모(共謀)하여

막중한 죄 짓고 말았다

연초록의 모가 누렇게 자라

고개 숙일 때 까지

저 낱알들에 낱낱이 찾아들었던

햇살의 뜨거운 수고를

잔반통에 버리고 말았다

창밖에서 들여다보았을 햇살에게

등을 돌렸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나에게는 들키고만 죄

햇살은 아마도 모르기 바라는 죄

오늘 점심때

짓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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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광주광역시 출생

전남대학교 영문과, 조선대학교대학원 영문과졸업(문학박사)

2004<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홀로 혼자가 아닙니다』 『내가 나부끼면 너는 흔들리니

따스한 서랍』 『떠나지 않는 봄

2006년 수주문학상 수상 

2009년 광주광역시 문예진흥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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