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 주영헌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송곳 / 주영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1회 작성일 19-09-16 09:32

본문

송곳

 

  주영헌

 


빈 몸에 취기로 둥지를 튼 새벽

몸 안이 절절 끓고 있다

거미처럼 천정으로 기어 올라간 그림자가 투명한 집을 짓는

새벽이 터져 환한 아침

순서를 앞지른 아이가 내 옆에서 거꾸로 자고 있다

추위를 쫓고 덮어준 이불 사이로 손가락이 뾰족하다

검게 때가 낀 손톱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겪어나가는 모든 일은 다 깰 때가 있다

어느 지점을 봉합한 아이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일

잠시 시들었던 아이의 몸에선

시든 꽃잎들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 같은 말들이 의사의 입에서 옮겨지고 있다

아침까지만 해도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놀다 온 두 손

억세게 철봉을 잡았던 손가락도 기진한 듯

아비의 손가락 마디 하나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병실이 놀이터라도 되는 듯

손톱 사이엔 놀이의 흔적이 얼룩져 있다

수액이 줄어드는 시간

그만큼 비워진 아이의 시간이 몸속에 차오르고 있다

분주함이 침대 하나씩 차지하고 누워있는 병실

침묵은 분주함의 후생 중 하나일 것,

눈을 떴으나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지난밤 가시지 않은 취기가 송곳처럼 머릿속을 쿡쿡 찌르고 있다

이제 아이는 지나온 빈 시간을 구겨 놀기까지 한다

정지된 것들을 터트리는 송곳이 반짝 빛났다

- 주영헌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2016, 시인동네

 


jooyounghun.jpg


1973년 충북 보은 출생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졸업

2009시인동네로 등단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65건 3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5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4 1 06-24
15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4 1 06-14
15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0 1 06-14
15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2 1 06-14
15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6 1 06-11
15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4 1 06-11
15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8 1 06-11
15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0 1 06-11
15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4 1 06-02
15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0 1 06-02
15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8 1 06-02
15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8 2 05-28
15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7 1 05-28
15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9 1 05-28
15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1 05-27
15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9 1 05-27
15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2 1 05-27
15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4 1 05-27
15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1 1 05-20
15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2 2 05-20
15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5 1 05-20
15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8 1 05-20
15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2 1 05-20
15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2 1 05-20
15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9 1 05-14
15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0 1 05-14
15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2 1 05-14
15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9 1 05-14
15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8 1 05-14
15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1 1 05-06
15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6 1 05-06
15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2 1 05-06
15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9 1 05-06
15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2 1 05-06
15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0 1 05-01
15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8 1 05-01
15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3 1 05-01
15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4 1 04-28
15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3 1 04-28
15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2 1 04-28
15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6 1 04-28
15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1 1 04-24
15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 1 04-24
15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7 1 04-24
15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4 1 04-23
15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6 1 04-23
15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2 1 04-23
15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9 1 04-23
15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3 1 04-20
15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8 1 04-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