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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강 / 함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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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02회 작성일 19-09-26 10:45

본문

저녁강


   함순례

 

 

살이 그리워

네 말을 들은 듯 살구가 떨어졌다

살구나무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을까

툭 떨어지는 향기

 

살고 싶어 싸웠는데 죽지 못해 갈라섰는데

문득 그런 때가 있다고

전화기 너머

가라앉는 목소리가 강물을 적신다

너의 강가에 앉은 나도 억새 물결이다

 

지금 여기에 없는 당신이

뚜벅뚜벅 눈부시게 되살아오는 것

사랑과 증오를 넘어선 몸이 몸을 부르는

적막이

 

시큼했다

저녁 강물에 살내가 흘러다녔다

 

함순례 시집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2018, 애지)에서)

 

 
 


1966년 충북 보은 출생
1993년《시와 사회》신인상 수상
시집『뜨거운 발』『혹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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