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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 조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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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13회 작성일 19-09-26 10:48

본문

 

  조현석

 

 

1

배낭 꾸렸다 되도록 아주 가볍게

걸을수록 거듭거듭 산비탈만 나타났다

마음이 불편하면 몸이 알아서 미끄러지고

몸이 불편하면 마음이 알아서 미끄러져주고

허구한 날 늘 미끄러졌던 기억들, 이젠 정겹다 

 

2

어스름 속에 산 아래 불빛

어느 것이든 따뜻하지 않을까

!

눈물이 돌도록 따뜻하다

순간 속이 쪼그라들어

꼬일 대로 꼬이는 허기 

 

3

마흔 지나 근 십 년 모든 관절에 삐걱거릴 정도로

걸어서 또 걸어서 다가갔다 생각했으나 아직 다 오지 않았다

이제 쉬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간혹 생각 끊는다

쉬고 쉬고 또 쉬어서 쇠막대기에 붉은 꽃 피거나 검붉은 녹 돋아 삭을 대로 삭아 먼지로 흩날릴 때까지

 

4

아이고 직진 밖에 모르는 성격이야

당신은 이번 생이 인간으로서 처음이야

뒷목 뻣뻣하게 당기게 하는 노점 사주쟁이의 말

돌아서는데 꽉! 뒤꿈치 깨무는 한 마디

아직 멀었어 더 열심히 살아


조현석 시집 검은 눈 자작나무(문학수첩, 2018)에서


 

조현석시인.jpg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

불법, 체류자』 『울다,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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