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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13 / 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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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0회 작성일 19-10-15 11:02

본문

말년.13


   하종오

 

 

나는 바닥에서

큰길을 찾아 좁은 길을 걷고

너른 들을 찾아 작은 들을 지나고

높은 산을 찾아 낮은 산을 탔는데

공중을 올려다보면

기껏 전깃줄을 따라 다녔다


길을 걸어 여러 갈래로 다녔어도

들을 지나 여러 곳으로 다녔어도

산을 넘어 여러 쪽으로 다녔어도

전깃줄은 아무데로나 이어져

나를 인도하고 있다

그리 했어도

나는 여전히 바닥에 있어서

길을 되짚어 보면

들을 가로질러 보면

산을 넘어 보면

이미 전깃줄이 도착해 있다

내가 하늘을 밟고 가려고 할 때도

전깃줄이 먼저 하늘을 밟고 가서

내가 구름을 밟고 가려고 할 때도

전깃줄이 먼저 구름을 밟고 가서

내가 바람을 밟고 가려고 할 때에도

전깃줄이 먼저 바람을 밟고 가서

집과 빌딩과 공장에 전깃불을 밝혔다

 

―《딩아돌하2018년 가을호




hajongo-140.jpg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현대문학등단

시집으로 쥐똥나무 울타리』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물의 운명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 『깨끗한 그리움』 『

무언가 찾아올 적엔』 『반대쪽 천국』 『지옥처럼 낯선』 『국경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베드타운』 『사월에서 오월로』 『넋이야 넋이로다

입국자들』 『제국』 『남북상징어사전』 『신북한학』 『남북주민보고서

세계의 시간』 『신강화학파』 『초저녁죽음에 다가가는 절차

시극집 어미와 참꽃

동화 도요새』 『누가 아기 석가모니로 태어났을까』 『미래에 오는 미륵불』 『하늘 무인도

2회 신동엽창작기금 수혜, 1회 불교문예작품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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