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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머리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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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12회 작성일 19-11-07 10:02

본문

돼지머리 


   마경덕


 

  고사상에 올라간 돼지머리. 전족 같은 발로 비대한 몸뚱이를 끌고 다닌 식탐이 마침표를 찍었다. 생전의 욕심대로 잔뜩 지폐를 물고 있다. 콧구멍, 귓구멍 시퍼런 지폐를 받아 꽂는다. 제 목숨 내놓고 받는 절이다.

 

  허허, 죽은 돼지가 웃는다. 웃다가 목을 바친 웃음이라면, 돼지우리에서 도살장까지의 거리를 확인해야한다. 죽음의 목전까지 저 웃음을 다치지 않고 운반할 수 있었을까?

 

  돼지냄새 질펀한 뒷골목, 온몸에 자르르 기름이 흐르는 여자가 돼지주둥이에 박카스병을 우겨넣는다. 버둥거리던 사지를 단칼에 버린 머리에 병을 물리는 순간, 박카스병이 입꼬리를 치올리며 비명을 삭제한다. 날마다 뜨거운 가마솥에서 웃음은 제조된다.

 

-마경덕 시집『글러브 중독자』(애지, 2012년)에서



 mgd.jpg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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