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을 보며 / 임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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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725회 작성일 19-11-26 10:09본문
초승달을 보며
임영석
괄호도 아니고 반 괄호로 달이 떠서
어떤 말의 의미들을 풀어줘야 할 것인데
앞 문장 깊은 여백에 품은 글이 사라졌다.
내 나이 다섯 살에 죽었다는 아버지는
콩깍지 속 콩들처럼 칠남매를 남겼지만
어머닌 육십 평생을 반 괄호로 살았다.
괄호()로 묶어내도 쭉정이가 많을 건 데
어떻게 칠남매를 혼자서 키웠는지
반 괄호 달빛을 보니 그 의문이 풀린다.
둥그런 달빛 속을 파고 든 저 그림자
제 몸을 다 내주고 그림자로 채운 마음
서로가 품고 품어서 반 괄호가 되어 있다.
불혹의 내 나이도 반 괄호가 되었지만
자식의 숨소리에 쫑긋 세운 내 두 귀는
언제나 초승달처럼 앞 괄호를 열어둔다.
―임영석 시집 『초승달을 보며』(동방시선, 2012)에서
1961년 충남 금산 출생
1985년 《현대시조》 봄호 천료
1989년 《시조문학》 봄호 천료
시집 『이중창문을 굳게닫고』 『사랑엽서』
『나는 빈 항아리를 보면 소금을 담아 놓고 싶다』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등
제1회 시조세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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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믐님의 댓글
머그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어머니의 우주와 같이 넓고 깊은 마음을 누가 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