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여인숙 / 손순미 > 오늘의 시

여인숙에서 묻어나는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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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 한자로는 旅人宿이니, 여행자를 위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요즘이야 호텔, 모텔, 장 등 다양한 숙박업소가 생겨나, 여인숙이라는 곳은 찾기 힘들어졌다.
한때, 여관과 여인숙이 숙박업을 양분하고 있었으며, 여인숙은 여관을 찾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던 곳으로, 여관에 비해서는 다소 격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이게 女人宿이라 표기되면 묘한 상상을 자극하는 곳이 된다.
이런 잠자리의 격을 나타내는 노래가 군대 내에서는 있었다, 군필자라면 다들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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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여인숙은 旅人宿이자 女人宿이다.
사별한 남편을 대신하는 마당 입구의 측백나무를 세워 놓았으나, 브래지어 같은 여인숙 문을 열어 놓고 기어드는 숱한 지친 사내들을 따뜻하게 재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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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매서운 밤, 뒤늦게 눈물 범벅이 된 눈보라가 몰려와 여인네의 허리춤을 껴안는다.
서로 각자 다른 사연이 있음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훅 하고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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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인숙은 하얀 눈으로 덮였고 쥔장의 머리도 백발이 되었다.
아침이 밝자 고드름이 녹아내린다,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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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 젖, 브래지어 같은 문, 눈보라, 고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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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이 지닌 다소 에로틱한 상상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마냥 퇴폐적이지 만은 않은 애환의 정서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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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아쉽다면, '고드름 젖'에서 영 '젖'이 어색하다.
어색함을 느낄 정도임에도 젖을 강조한 시인의 의도는 분명 있겠지만, 속속들이 알 수 없는 나로서는
이런 어색함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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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