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 추프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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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122회 작성일 20-02-27 11:28본문
추신(追伸)
추프랑카
세로로 서 있던 나무를 가로로 이고 가네 밤새 가시 떼 낸 대추나무는 땀이 없고
가로도 아닌 세로도 아닌 아홉 살 큰언니 책보자기 집에 두고, 뿌리에 진흙 뭉친 대추나무 이고 가던 봄날이네 앞에 가는 놈은 도둑놈 도둑놈 엄마의 도둑걸음으로 따라가던 봄날이네 기차가 서는 먼 길마다 처음처럼 분홍 꽃잎 피네 겨울이 저 혼자 녹아 흐르는 강, 돌다리를 듬성듬성 건너보네
큰언니가 여다 심은 대추나무가 지천역 마당에서 고목이 되어가네 부서지지 않는 한 덩이 허공을 싣고 기차가 오네
기차에 싣지 못했던 가시 사람들이 눈살 찌푸리던 가시 가시가 없어야 팔려나가던 나무 비탈에 뿌리내리던 나무 아버지를 잃고 캐내던 대추나무가 큰언니 머리통 대신 트럭을 타고 와서 가지마다 가시 달고 소풍처럼 우뚝 서 있는 장날이네
업어 키운 막냇동생이 가시를 따보네 떼 낸 가시를 내 몸에 촘촘히 붙여보네 봄을 뒤집으면 가을, 대추나무를 뒤집으면 큰언니 제사상에 올릴 대추 대신 붉은 거짓말이 우두둑 쏟아질 것 같은, 봄날이네
―계간 《딩하 돌하》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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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달성 출생
2017년 《매일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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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막내가 큰언니에게 전하는 그리움, 쓸쓸한 봄날이네
시의 내용보다는 시가 지닌 정서가 마음을 잡아당기는 것이 있어 어렴풋하게나마 느낌을 잡아 본다.
나와 세상을 떠난 큰언니와 대추나무 그리고 대추나무의 가시를 매개로 엄마와 아버지까지 전 가족이 연결된다. 어릴
적 대추 농사가 화자의 가업이었을 것이다.
그 대추나무 묘목을 사 오던 것도 봄날이었고, 큰언니는 책보를 팽개치고 엄마 따라 그 묘목을 머리에 이어 날랐고,
아버지는 그것을 비탈에 심었다.
어린 나이에 생업을 일구던 아버지를 여의었다.
심었던 대추나무를 캐내어 다시 시장에 내보냈다.
큰언니가 심은 대추나누는 지천역 마당에서 고목이 되어 가고, 부서지지 않는 한 덩이 허공을 싣고 기차가 들어온다.
부서지지 않는 허공이라는 싯구에서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대추나무에 가시가 많다는 것은 이 시를 통해서 알게 됐다.
큰언니가 업어 키웠던 막내라니, 그 옛날 우리들 삶이 그랬다. 큰언니는 거의 막내에겐 엄마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 언니도 세상을 떠났다.
봄에 가을을, 그리고 아마도 가을에 죽은 큰언니의 제상에 올릴 빨간 대추를 그려보니 이 모두가 실제 같지 않다.
2020.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