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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봄을 업다 /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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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4회 작성일 20-03-23 12:26

본문

어린 봄을 업다

 

 박수현

 

몇십 년 만에 아이를 업었다

앞으로 안는 신식 띠에 익은 아이는

자꾸 허리께로 흘러내렸다

토닥토닥 엉덩짝을 두드리자

얼굴을 묻고 나비잠에 빠졌다

슬그머니 내 등을 내려와 제 길 간 어미처럼

아이도 날리는 벚꽃잎 밟으며

자박자박 걸음을 뗀다

어릴 적, 어른들 따라 밤마실 갔다 올 때면

넓은 등에 얼굴 묻는 것이 좋아

나는 마실이 파할 즈음 잠든 척하곤 했다

업혀서 돌아올 땐 부엉이 우는 밤길도 무섭지 않았다

가끔 백팩이나 메는 내 어두운 등짝으로

어린것의 온기가 전해진다

내가 걸어온 한 생이

고작 두어 뼘 등판 위에서 뒤집혔다는 생각

겁 많고 무른 가슴팍 대신 갖은 상처를 받아내느라

딱딱해진 등이 혹 슬픔의 정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문득, 누가 이 말간 봄빛 한나절을

내 빈 등에 올려놓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아이가 얕은 숨을 내쉬며 옹알거렸다

멀리서 온 그 말씀, 하르르 날아가 버릴 것 같아

조심스레 포대기를 추슬렀다 출렁,

한 뼘 더 팔이 길어졌다

 

 

      ⸻시집 샌드 페인팅20202


112.jpg


 2003시안으로 등단

시집 운문호 붕어찜』 『복사뼈를 만지다

공저 시집 관계에 대한 여덟가지 오해』『티베트의 초승달밍글라바 미얀마 『샌드페인팅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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