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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가로수 /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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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12회 작성일 20-03-27 14:07

본문

미래의 가로수

 

   김경인

 

 

어제와 오늘을

똑같은 질량으로 섞어

자주 걷는 길에 뿌려 두었다

 

가까운 사람이 알려주길

아파트 장에 가면 싸고 싱싱한 사랑을 판다고

물만 주어도 잘 자란다고

몇 그루 가져다 심으면 제법 그럴듯할 거라고

 

가로수는 언제 무성해지나

어제와 오늘이

비극과 희극 사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이 말하길

너와 나랑 같이 걷자,

마지막 나무와 걷지 못한 나무 사이에

거울처럼 빛나는 미래가 걸려 있다고

 

가로수가 무성해지면

토르소처럼 모양 좋게 자를 수도 있다고

일정한 간격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움을 알게 될 거라고

 

나와 무 사이에

누군가 있다

 

만화경을 돌리듯이 무한하게 번지는 가능성들

 

잘 안 보여,

 

안경을 쓰면

잠이 찾아왔고

벗자 다시 잠이 달아났다

kimkyoungin-180.jpg


 

1972년 서울 출생
2001년《문예중앙》 등단
시집『 한밤의 퀄트』『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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