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상자의 이설 / 전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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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1회 작성일 20-04-24 08:18본문
사과상자의 이설
전다형
어떤 사과를 담았던 것일까
골목에는 각들이 없다
홀가분하게 속을 비워낸 상자가 각에 대해 각설
어제를 치고 오늘을 박다 뽑은 못
구멍 숭숭한 사과상자 눈에 밟혔는데
사과가 사회로 읽혔다
반쯤 아귀가 비틀린 자세로 골목을 물고 늘어졌다
상자가 불량한 자세로 한껏 감정을 부풀렸다
생채기에서 흐른 사과 진물이 그 진통을 기록해놓았다
아프면서 큰다는 말, 싸우면서 정든다는 이설
옹이에 옷을 걸고 햇살 쪽으로 기운 나이테 읽자
빈 사과상자 부둥켜안고 끙끙거린 내 안의 사과가 쏟아졌다
사과밭 모퉁이를 갉아먹던 사과 벌레가 내 늑골 아래 우글,
다 파먹을 요량이다
사과가 내 알량한 고집을 잡고 늘어졌다
사과를 비운 상자는 성자다
꺾인 전방 마주 선 내 볼록 눈거울이 맵다
- 시집 『사과상자의 이설』
경남 의령 출생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수선집 근처』 『사과상자의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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