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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유 / 이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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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1회 작성일 20-05-04 21:07

본문

나의 자유

 

이수익

 

 

저 집들은

구중궁궐이다

우뚝하니 서서 아래쪽을

아득히

굽어보고 있다

 

나는 저 집밖을 기웃거리지 않으리라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서 엄숙한 체

지나가면서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으리라, 무정하게도

 

성북동 또는 한남동 근처에 있는

완성된 성곽처럼 하늘을 높이 받들고 있는 집들은

과연 민주주의적이다,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를

뚜렷하게 구분하려는 듯

그들만의 세련된 기품과 차가운 냉정함을

깊이 유지하려는 듯이,

 

나는

눈먼 개처럼 멀리 떨어져서

지나온 길들을 따라서 거듭 전진할 것이다

나의 자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 듯,

외면(外面)

치장처럼 휘날리면서



commonCA80J3HW.jpg


1942년 경남 함안 출생

1963<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야간 열차』 『슬픔의 핵()』 『단순한 기쁨

그리고 너를 위하여』 『아득한 봄』 『푸른 추억의 빵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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